다양한 회사들에서 면접을 보다 보니 좋은 면접, 나쁜 면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은 다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어떤 면접이 좋고 나쁜지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보통은 면접 후에 채용 여부와 조건들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면접에 대해 잘 판단하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면접에 대한 경험이 적을 때에는 여유가 없어 생각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여유가 생겨 면접을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개인적인 기준으로 좋은 면접과 나쁜 면접에 대한 구분을 지어보려고 합니다.
상호 간의 예의는 기본
좋은 면접과 나쁜 면접 이전에 서로 예의를 차리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서 예의는 존중과 배려 등을 포괄적으로 뜻합니다.
서로 바쁜 시간을 내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인데 기본적인 예의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자는 당연히 예의를 차려야 하며, 면접관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회사 측에서도 면접관을 선정할 때 인격적으로 적합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인격적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을 보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두 번 볼 면접도 아니고 대부분의 면접은 채용이 되지 않을 텐데, 맘에 드는 사람을 뽑지 못하더라도 회사 이미지에 마이너스는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입이 아프지만 먼 곳에서 면접을 왔으면 물 한 잔은 꼭 대접 해주도록 합시다.
좋은 면접
대부분의 면접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해서 서로를 소개하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받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서로 가장 불편한 연봉 얘기를 하고 인사를 하고 마무리 됩니다.
여기서 좋은 면접은 몇 가지 세부적인 요소로 결정됩니다.
-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에 대한 질문
– 신입이건 경력이건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읽고 그에 대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렇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읽어봤다고 하며 회사와 업무에 대한 얘기만 늘어놓는 곳도 있습니다.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곳은 나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질문들
– 가끔 보면 깊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생각을 끌어내 주는 질문들을 던지는 면접관들이 있습니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정리해서 짧은 시간 안에 말해야 하니 순발력이 증가하고, 동시에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서 사고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은 면접 당시에는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질문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 생산적인 잡담
– 면접이 길어지면 잡담이 들어가게 되는데 업무에 관련된 잡담이나 시사, 경제 등에 대한 얘기들은 생산적인 잡담이 되어 서로에게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자기 자랑이나 일상에 관련된 얘기는 사실상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잡담이 많습니다. 잠깐은 괜찮으나 길어지면 피로감이 생기고 목적성이 없으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대화가 됩니다. - 구체적인 회사 소개
– 면접관의 구체적인 회사 소개와 면접자의 눈높이에 맞춘 관련 정보 설명은 면접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관련 여러 정보를 듣게 되는데, 면접이 떨어지더라도 머리에 정보가 남아서 지식이 쌓여 도움을 줍니다. 다양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듣고 있으면 참 재밌는 곳이 많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좋은 면접은 주니어, 시니어에게 주로 해당되며, 비교적 지식이 많은 간부나 임원 급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쁜 면접
대표적인 나쁜 면접은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면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면접관이 하대를 한다거나 30분씩 늦게 와서 사과도 없다거나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일 나쁜 면접은 여기 왜 왔나 생각이 드는 면접입니다. 보통은 서류를 검토할 때 이력서에서 걸렀어야 하는 부분인데 그러지 않고, 면접에서 그 부분을 확인하고 거르는 경우입니다. 혹은 면접이 극단적으로 짧은 경우나 모집 공고랑 조건이 다른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회사가 연봉 마지노선을 3000만원으로 잡고 공고를 올렸습니다. 공고에는 연봉을 3000만원으로 하면 지원자가 적을 수 있으니 우선 면접 후 결정으로 해둡니다. 이후에 최종 연봉이 4000만원인 사람이 회사에 지원을 했습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회사는 끝에 연봉을 30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하게 됩니다. 보통 경력은 최종 연봉을 가지고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제시 연봉이 4000만원 전후가 되어야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원자는 안 봐도 됐던 면접을 보고 거절하고 돌아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최종 연봉 확인 후에 조금만 고민을 했다면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서로 시간 낭비를 했다고 느끼는 면접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불쾌한 면접 경험
개인적으로 겪었던 불쾌한 면접 경험을 간단하게 소개 해드리겠습니다. 당시에는 굉장히 불쾌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정규직으로 면접 보러 갔는데 대표가 프리랜서 제안 후 거절하자 면접 종료
면접 후 연락하는데 내 질문에는 대답을 잘 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만 전달
이직 제안을 받고 화상 면접 약속, 그 후에 연락 두절
면접 후 연락을 주겠다고 구체적인 연락 날짜를 말한 후 미연락
공고에는 고정 급여, 가서 면접에 가보니 최저 고정급여+인센티브
1시간 30분 가서 면접 10분 컷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연봉 하향
대화가 통하지 않는 면접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 회사들이 많습니다. 화는 잠깐 나고 그 뒤에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는 건가 의문만 남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이 시간인데, 지원자도 회사 측도 서로의 시간을 조금 더 존중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